[독자가 사랑한 우리말] [23] 열없다
젊은 시절에는 이성 친구만 봐도 열없어서 볼이 빨개지곤 했다. 그땐 빨개진 볼이 또한 열없기 짝이 없었다. 누군가 빨개진 볼을 보고 "너 지금 열없구나" 그런 말이라도 들을라치면 그땐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갈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곤 했다. '열없다', 그 말 자체가 주는 부끄러움과 수줍음도 상당히 컸던 것이다.여고 시절 총각 선생님을 짝사랑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선생님께서 다른 학교로 전근 가신다는 소문이 나자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날 우리는 모여서 편지를 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게까지 느껴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