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사랑한 우리말] [25] 해장우리

어릴 적 우리집 뜰에는 해장우리 몇 포기가 자랐다. 자고 나면 쑥쑥 자라는 큰 키가 부러웠고 환하게 웃는 얼굴을 쳐다보면 저절로 웃음이 났다. 살랑살랑 가을바람에 들떠, 높다란 받침대 위에 올라서서 나란히 나란히 예쁘게 박혀 있는 씨앗을 하나씩 빼 먹는 맛은 참말로 고소했다.그런데 학교에 들어가니 그게 해장우리가 아니고 해바라기란다. 중학교 미술책의 노랗게 불타는 그림도 모네의 '해바라기'였다. 해장우리가 아니고 왜 이름이 다를까 잠깐 궁금했지만 어느새 입은 해바라기에 익숙해져 갔다. 그래도 마음속엔 늘 뜰 앞 해장우리가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