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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를 다시 보면 알 수 있는, 희귀한 스니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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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속 이 아이템은 지나칠 수 없다. 그리고 사실은 이런 의미까지 담겼다.

토요일, 아내와 나는 정말 오랜만에 아무 계획도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점심 약속도, 만날 사람도, 밖에 나갈 이유도 없는 그런 날. 넷플릭스를 한참 뒤적이다가, 왠지 익숙한 게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고른 게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6~7년 만에 다시 보는 영화 속, 나이키의 딥컷을 발견했다. 전혀 예상 못 한 일이었다.

영화는 도쿄에서 위스키 광고를 찍으러 온 한물간 배우 밥 해리스와, 삶의 방향을 고민 중인 예일대 졸업생 샬럿의 이야기다. 각각 빌 머레이와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다. 둘은 우연히 만나 도시를 함께 떠돌고, 특별한 사건 없이 영화가 흘러간다. 중반쯤, 샬럿이 발가락을 다치고 밥이 병원으로 데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대기실에 앉아 있는 순간, 카메라가 살짝 빠지는데, 바로 그때 신발이 보였다. 바로 멈추고, 되감고, 소파에서 일어나 TV 앞으로 다가갔다.

맞았다. 그가 신고 있던 건 ‘HTM x 나이키 에어 우븐 다크 모카’였다. 이건 완전히 아는 사람만 아는 레벨의 협업이다. 에어 우븐은 2000년에 처음 등장했는데, 지금까지도 보기 드문 짜임 구조의 어퍼가 특징이다. 그리고 2002년, HTM 협업이 나왔다.

HTM은 후지와라 히로시, 팅커 햇필드, 그리고 당시 나이키 핵심 인물이었던 마크 파커가 만든 팀이다. 말 그대로 스트리트웨어 성지 같은 조합이다. 특히 ‘다크 모카’ 컬러는 단 1,500족만 생산돼서 지금은 거의 구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베이나 당근마켓, 번개장터 같은 데를 뒤져도 쉽지 않다.

잠깐, 이상하네. 밥 해리스가 수트에 이걸 신고 등장하다니. 그의 스타일을 보면 절대 희귀 스니커를 찾아다니는 타입이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포인트일 수도 있다. 그는 스니커 덕후가 아니다. 줄 서지도 않고, 커뮤니티를 뒤지지도 않는다. 그냥 도쿄에서 일하러 온, 약간 길을 잃은 상태의 부유한 배우다. 시간도 있고 돈도 있다. 하라주쿠 어딘가 조용한 부티크에 들어가 “이거 좀 재밌네” 하고 샀을 법하다.

과하지도, 로고가 튀지도 않고, 그냥… 묘하게 다른 신발이니까. 에어 우븐, 특히 HTM 버전은 그렇다. 절대 소리치지 않는다. 큼지막한 스우시도 없고, 과시적인 테크도 없다. 부드럽고 미니멀하고, 약간은 이상하다. 모르면 그냥 일본 브랜드 슬립온쯤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이 캐릭터에 잘 어울리고 수트와의 조합도 의외로 자연스럽다. 그는 영화 내내 모든 상황과 사람들 사이에서 미묘하게 어긋나 있다. 어떤 순간엔 너무 차려입었고, 어떤 순간엔 너무 편하다.

우븐 역시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포멀도 아니고, 스포츠도 아니다. 그냥 애매한 그 지점. 그게 바로 이 캐릭터가 존재하는 위치다. 그리고 하나 더 떠올랐다. 약 15분 전 장면, 다이칸야마의 어둡고 시끄러운 바. 샬럿 옆에 앉아 있는 베레모 비슷한 모자에 체인을 건 남자. 그냥 지나가는 현지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바로 후지와라 히로시 본인이다. 그 순간, 이 스니커가 더 이상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다시 보니 이런 디테일이 더 크게 다가온다. 클로즈업도 없고, 설명도 없고, 강조도 없다.

그냥 대단한 레전드 신발 하나와 스트리트웨어의 대부가 아무렇지 않게 화면에 흘러간다. 몇 년 뒤에 다시 이 작품을 꺼내 봐야겠다. 그때 보면 또 다른 걸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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