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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소설을 읽는 사람들을 무시하던 때는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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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anakristi

새로운 계획과 목표, 다짐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봄입니다. 올해는 다들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 궁금하신가요? 답은 바로 독서입니다. 두아 리파, 카이아 거버, 리즈 위더스푼까지 모두가 북 클럽을 직접 만들거나 참여하고 있거든요. 사라 제시카 파커는 2025년 부커상 심사위원을 맡았고, 심지어 버락 오바마도 주기적으로 독서 리스트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SNS상의 지인, 그리고 인플루언서 비슷한 사람은 저마다 자신이 작년에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는지 공개하고 있죠(#BookTok 태그로 올라온 몇몇 게시물에 따르면, 보통 1년에 150권을 읽는다고 하는군요). 저 역시 독서 목표를 세워두었습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그럴지 모르겠네요. 독서는 우리가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해줍니다. 하지만 요즘은 소위 ‘지성’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그럴듯한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AI가 만드는 쓰레기, 그리고 우리의 집중력을 갉아먹는 많은 것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불운한 이 시대에는 말입니다.

독서는 아주 단순하고도 흔한 행동입니다. 하지만 독서에 과하게 몰입하는 요즘 트렌드는, 적어도 제가 보기엔 자신들이 어느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갖추었다는 걸 보여주려는 퍼포먼스처럼 느껴집니다. 이제는 단순히 책 읽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며칠 안에 속독해야 하고, 읽은 후에는 그 소감을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에 올려야 하죠. 이러한 경쟁은 기이한 취향의 계급을 만들어냅니다. 고전이나 문예지 <그란타(Granta Magazine)>에 실린 작품,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은 읽는 사람의 품격을 높여주는 책으로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어떤 책은 아무리 읽어도 ‘책 잘 읽는 사람이 될 수 없게 만드는’ 책 취급을 받습니다. ‘로판’이라고도 하는, 로맨스와 판타지를 교묘하게 섞은 ‘로맨타지’가 바로 그런 책에 속합니다. 문학계에서 종종 무시당하는 장르죠.

그런 상황에서도, 결국 출판업계를 떠받치는 건 로맨타지 장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발표한 2025년 베스트셀러 목록 중 10%인 다섯 작품이 로맨타지였거든요. 이 다섯 작품을 쓴 작가들은 로맨타지 분야에서 다작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레베카 야로스(Rebecca Yarros)와 사라 J. 마스(Sarah J. Maas)입니다. 레베카 야로스의 <엠피리언(The Empyrean)> 시리즈는 용을 탄 학생들이 전쟁으로 피폐해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며 서로를 강렬히 욕망하는 이야기로, 현재 아마존이 TV 시리즈로 제작 중입니다. 많은 독자들이 ‘Acotar’라고도 부르는 사라 J. 마스의 <유리왕좌(A Court of Thorns and Roses)> 5부작은 (섹시한) 요정 야수에게 붙잡힌 인간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책만 대략 7,500만 부가 팔린 것으로 추정되죠.

한편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책을 점점 덜 읽는다는 겁니다.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40%는 지난해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습니다. 또 계속 책을 읽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점점 더 로맨타지 독자층에 유입되고 있습니다. 범죄 스릴러 장르 역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우스메이드(The Housemaid)>로 유명한 프리다 맥패든(Freida McFadden)은 무려 여덟 번이나 <선데이 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여담이지만, 맥패든은 어떻게 의사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한 분기에 한 권씩 책을 써내는 걸까요? 게다가 익명 상태를 줄곧 유지한 채로 말이에요!). 플롯이 허술한 이런 범죄소설, 요정이나 외설적 요소로 가득하며 방대한 세계관을 지닌 판타지 소설은 대체로 #BookTok 트렌드에 힘입어 계속해서 출판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yuliiaryzhkova

옆에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톨스토이, 플라스, 카프카의 책을 쌓아놓고 사는 ‘진지한’ 독자는 이들이 자신을 감히 ‘책벌레’라 소개하는 것에 대해 점점 더 분노하고 있습니다. 사실 로맨타지에 따라붙는 비판에는 그럴 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실제로 상당수가 형편없는 책이거든요. 심지어 그 책을 읽는 독자조차 그렇게 생각하죠. 줄거리는 과장되어 있고, 매력 없는 지루한 조연 캐릭터가 너무 많습니다. 플롯에 구멍이 많은 까닭에 글은 종종 자기모순에 빠집니다. 문장에서는 같은 표현이 반복되며, 엉성하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책은 대체로 이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는 수많은 고정 독자층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모두 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요즘 같은 때는, 사람들이 책 한 권을 통째로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다행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휴대폰 화면으로 보는 글은 책보다 짧고 평이합니다. 보는 이들이 빨리 읽을 수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분노하도록 최적화되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그게 어떤 책이든!) 책을 붙잡고 한자리에 앉아 온전히 집중하는 행동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색다른 행동으로 느껴집니다. 우리가 그 외의 모든 일을 수행하는 방식과는 정반대의 행동 방식이니까요. 한 달에 한두 권씩 책을 읽는 건 대부분의 사람에게 마치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독서는 TV를 볼 때나 팟캐스트를 들을 때처럼 수동적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읽는 것 자체 외에는 별다른 이득도 없습니다. 그저 재미를 위한 것이죠.

그러니 결국은 ‘모든 책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뇌가 점점 더 썩어 문드러져가는 기분이 드는 이때, 사람들이 다시 한자리에 앉아 상상의 세계를 그리고 경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있다면, 그건 분명 가치 있는 책일 겁니다. 비록 인생을 바꿀 만큼 훌륭한 글이 아니고, 그리 잘 쓴 글이 아니라도 말이죠. 야망을 품게 해주지 않아도, 타인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독서는 가치 있는 일입니다. 2026년의 우리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몰두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hunterclivingston

강박적으로 책에 계급을 매기고, 나아가 책 읽는 사람들에게 계급을 매기는 요즘의 현상은 독서의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입니다. 왜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수단이 되어야 할까요? 어디에서나 끊임없이 성과를 요구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인 행동은 어쩌면 남들을 재단하길 멈추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책 읽는 사람들을 그저 내버려두는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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