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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아직도 케네디의 그녀, 캐롤린을 ‘입고’ 싶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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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린 베셋 케네디는 트렌드가 아니라 트렌드의 시작입니다.

Getty Images

지난 2월 TV 시리즈 <러브 스토리: 존 F. 케네디 주니어 & 캐롤린 베셋(러브 스토리)>이 공개되자마자 인터넷이 술렁이기 시작했어요. 아니, 정확히는 패션 인터넷이 유난히 들썩였죠. 존 F. 케네디 주니어와의 비극적인 러브 스토리나 캐롤린 베셋 케네디의 (배우고 싶은) 플러팅 기술보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역시 그녀의 옷차림이었으니까요.

Getty Images

캐롤린 베셋 케네디. 1990년대 패션계에선 CBK라는 약자로 통하던 여인. 캘빈클라인 홍보 담당 임원으로 일하며 몸에 익힌 미니멀리즘을 아무렇지 않게 입고 다니던, 그러면서도 지독하게 아름다웠던 사람. 사실 그녀는 패션에 대해 거의 말을 하지 않았어요. 인터뷰도 거의 없었고, SNS도 없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런데도, 아니 어쩌면 그래서일까요? 30년이 지난 지금, CBK가 다시 검색창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패션에 더해진 헤어 플립의 기술

시리즈가 공개되고 며칠 만에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밈이 터졌어요. CBK를 연기한 배우 사라 피전이 드라마 속에서 캘빈클라인 시절 그녀를 재현하는 장면!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넘기며 시선을 던지는 그 짧은 순간이 SNS를 도배하기 시작했죠. 오래전 영상에서도 캐롤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머리를 이리저리 쓸어 올리고 내리며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고 일하고 있더군요. ‘헤어 플립’이라고 불리는 그 장면은 이제 CBK 신화를 2026년으로 소환하는 일종의 의식이 됐습니다.

흥미로운 건 CBK 스타일이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종류라는 거예요. 화이트 티셔츠, 슬립 드레스, 테일러드 코트, 웬만해선 찾아볼 수 없는 주얼리. 나열하다 보면 오히려 너무 단순한데요. 그런데 그녀가 입으면 달랐죠. 어떤 스타일리스트나 어떤 아이템으로도 복제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어요. 그 뭔가를 두고 사람들은 오래 흠모해왔고요. 타고난 외모? 존 F. 케네디라는 든든한 배경이 주는 여유? 캘빈클라인이라는 세계에서 몸으로 익힌 감각? 아마 셋 다겠죠.

미니멀리즘 그리고 조용한 럭셔리라는 언어

Getty Images

지난 몇 시즌 동안 패션계를 지배한 키워드 중 하나가 조용한 럭셔리였죠. 로고도, 과시도, 불필요한 장식도 없이 오직 소재와 실루엣만으로 말하는 드레스 코드. 그런데 이 트렌드를 소개할 때마다 제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얼굴이 늘 있었어요. 당연히 캐롤린이었습니다. 그녀는 트렌드를 따른 게 아니라 트렌드의 언어 자체를 만들어버린 인물이니까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기 전부터 말이에요. 그녀가 청바지에 플립플롭을 신고 트라이베카에 나타났을 땐 하나의 역사가 탄생했죠. 가진 사람이 의도적으로 내려놓는 것. 그 제스처가 가장 강력한 스타일이 된다는 걸 캐롤린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그러니 켄달 제너와 벨라 하디드를 비롯한 여러 패션 피플이 지금도 끊임없이 그녀를 소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청바지 하나, 화이트 티셔츠 하나에 캐롤린의 잔향이 가득 담겨 있죠. CBK는 레퍼런스가 아니라 패션의 기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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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ganhoran
@cheriemadeleine

사라 피전이라는 새로운 챕터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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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스토리〉 공개 이후 사라 피전은 단순히 CBK를 연기한 배우가 아니라 새로운 패션 페르소나로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사라는 첫 오디션 테이프만으로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하는데요. 존 F. 케네디 주니어 역을 찾기 위해 1,000명 이상을 지켜본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녀는 처음부터 CBK 역할의 유일한 선택지였던 셈이죠. 사라는 프레스 투어 내내 CBK의 시그니처 미니멀리즘에 자신만의 감각을 섞으며 주목받았어요. 뉴욕 케이트 쇼와 밀라노 프라다 쇼에도 참석하며 블랙 롱 코트부터 브이넥 니트, 스커트 룩의 CBK 코드를 현재 시점으로 번역했고, 2026 액터 어워즈 레드 카펫에선 베이비 핑크 발렌시아가 드레스로 CBK의 무채색 세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신의 스타일을 선언했죠. 오마주에서 독립으로, 꽤 영리한 행보인데요. 사라 피전은 팟캐스트 ‘런 스루 위드 보그(The Run-Through with Vogue)‘에 출연해 “옷을 입으면 서 있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어요. CBK 패션이 그녀를 보호하는 방패처럼 느껴졌다면서요. 아마 캐롤린이 직접 들었다면 미소를 지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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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돌아오고 아이콘은 영원하다는 말은 너무 흔해서 쓰기 싫지만, CBK의 경우엔 달리 말하기가 어려워요. 그녀의 스타일은 특정 아이템이 아니라 존재하는 방식에 가까웠으니까요. 더 많이 보여줄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만드는 대신, 최소한으로 드러내며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배우고 싶은 추구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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