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 특별한 관전 포인트 4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4년마다 돌아오는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모든 올림픽은 시대의 분위기를 담아 왔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이 개막했다.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4년마다 돌아오는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여태껏 치러진 모든 올림픽은 당대의 분위기를 담아 왔다. 냉전 시대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이 서로를 보이콧한 1980 모스크바, 1984 LA 그리고 이런 갈등을 허문 것으로 평가받는 1988 서울 올림픽이 대표적인 예다.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을 통해서도 이전과 다른 시대의 풍경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만의 특별한 관전 포인트를 아래에서 확인해 보자.
스노보드: 동아시아 약진
설상 종목은 전통적으로 유럽 국가가 강세를 보여 왔다. 역사가 깊어 시설의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선수층도 두터웠기 때문이다. 2026년은 다르다. 스노보드 경기에서 아시안 선수들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남성부 빅에어에서는 일본의 키무라 키라와 키마타 료마, 중국의 쑤이밍이 각각 금, 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행대회전 은메달은 한국의 김상겸에게 돌아갔다.
여성부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매체들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하는 격전지 중 하나인 여성부 하프파이프의 우승 후보는 모두 아시아인이다.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한국계 미국인 클로이 킴과 한국의 신예 최가온, 일본의 세계 랭킹 1위 오노 미츠키, 지난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도미타 세나, 세계챔피언 출신인 중국의 차이쉐퉁까지 말이다. 동아시아 국가의 약진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동계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늘려 왔기 때문이다. 기술 중심 종목의 경쟁력을 높여 온 만큼,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겨스케이팅 여성 싱글: 러시아 시대의 끝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상징이던 김연아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은퇴했다. 당시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받은 건 러시아의 소트니코바였다. 김연아의 은퇴 후 러시아는 이 종목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다. 2018 평창과 2022 베이징 올림픽 모두 러시아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했던 것.
2023년, IOC는 러시아 선수단의 국제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했다. 도핑 및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였다. 러시아 선수는 ‘개인중립선수’ 자격으로만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제한으로 인해 이번 올림픽에 참여한 러시아 선수는 단 13명 뿐이다. 피겨스케이팅 여성 싱글에 출전하는 건 아델리아 페트로시안 단 한 명이다. 트리플 악셀과 4회전 점프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력한 메달 후보지만, 이전처럼 러시아가 이 종목을 장악할 수는 없게 됐다. 정치, 사회적 이슈가 ‘독점 구조’를 깨뜨린 셈이다. 피겨스케이팅 여성 싱글은 18일 열릴 예정이다.
아이스하키: 전통의 강호 사이 깊어진 감정
아이스하키는 ‘동계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인기 종목이다. 결승전이 언제나 해당 올림픽의 하이라이트 행사일 만큼 말이다. 이번 올림픽의 아이스하키는 보다 특별하다. 세계 최고의 아이스하키 리그인 NHL, 북미아이스하키리그 선수들이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기 때문이다. 앞서 2018 평창 올림픽은 IOC의 비용 지원 중단 때문에, 2022 베이징 올림픽은 코로나19 확산 문제로 불참했던 NHL 선수들이다. 12년 만의 복귀를 맞아 NHL을 함께 운영하는 미국과 캐나다는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전문가들은 역대급 전력을 자랑하는 두 나라가 결승에 진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캐나다는 현재 무역·관세 문제로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두 나라가 결승에 진출할 경우 여러 이유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는 아이스하키 친선대회인 4네이션스 페이스오프 결승전에서 난투극을 벌인 바 있다.
쇼트트랙: 악연의 정면승부? 화합의 장?
2018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 남성 대표팀의 임효준과 황대헌은 1500m 금메달을 땄다. 500m에서는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악연은 그 다음해 시작됐다. 진천선수촌에서 두 사람 사이 불미스러운 접촉 사고가 벌어졌고, 임효준은 황대헌에 대한 성추행으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에 법적 공방까지 더해져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임효준은 중국으로 귀화했다.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는 이미 ‘린샤오쥔’이 된 후였다. 린샤오쥔은 규정상 2022 베이징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고, 황대헌은 임효준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이 흘렀다. 린샤오쥔과 황대헌은 이번 올림픽에서 사건 이후 처음으로 마주할 예정이다. 둘 다 우승 후보에서는 밀려났으나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빙상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는 대결이다. ‘화합의 장’을 표방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과연 해소될 수 있을까? 경기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