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폴 메스칼 “제가 연기하는 그 캐릭터를 알아봐 주셨으면 해요”
불과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는 할리우드가 가장 탐내는 주연배우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독보적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도 따른다. 그러나 그가 세상이 기대하는 역할과의 거리를 앞으로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조 클로이 자오
폴 메스칼은 올림픽 선수급 스모커다.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담배를 피우지만 요란함도 연출도 없다. 현실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스타일로 이제는 거의 보기 힘든 제대로 된 타입이다. 메스칼이 막 우리 집에 도착했다. “Heeeeyyy mate” 하고 다정하지만 조금은 쑥스러운 인사와 함께 들어왔고 우리는 지금 내 집 정원에 서 있다. 노란 배를 도톰하게 드러낸 황금방울새 두 마리가 우리 맞은편 배나무에서 지저귄다. 그는 가을이 느껴지는 그 특유의 클래식한 실루엣을 걸치고 있다. 발목에서 깔끔하게 끊기는 정통 허리선의 데님, 묵직한 블랙 후디를 입고 블랙 아디다스 스페지알 Spezials을 신고 있다. 그리고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인다.
당신에게도 분명 ‘메스칼’에 대한 나름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당신만이 생각하는 그의 이미지 말이다. 신발, 주얼리, 미니 멀렛 헤어, 그리고 멧 갈라 밈 같은 그를 둘러싼 상징적 이미지들이 도처에 퍼져 이제 그는 일종의 신화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스포트라이트에 오른 지 몇 해 되지 않았지만 메스칼은 어느새 우리의 상실과 욕망, 갈망, 남성성, 연약함이라는 감정들을 담아내는 매개가 되었다. 우리가 그에게 어떤 이미지를 부여해왔든, 그가 오래된 주연배우의 공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으로 첫 막을 열어가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폴 메스칼이라는 거대한 실험’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궁금하다면 다음 작품들을 보면 된다. 그는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었던 BBC 드라마 <노멀 피플 Normal People>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연기를 발판 삼아 앤드루 헤이그의 판타지 로맨스 <올 오브ㅡ 어스 스트레인저스 All of Us Strangers>, 그리고 그에게 첫 오스카 후보 지명을 안겨준 작은 걸작 <애프터썬 Aftersun>까지, 취향과 선별 감각이 분명한 작품들로 필모그래피를 확장해왔다.
2년 전 그는 오랫동안 팬들이 기다려온 <글래디에이터 2>의 주연을 맡았다. 러셀 크로우가 빠진 속편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5억 달러를 기록했고, 메스칼은 이 탄탄한 인디 스타가 이제 메인스트림의 아레나에도 당당히 들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샘 멘데스가 야심 차게 기획한, 화려한 4부작으로 이어지는 <비틀스> 영화 시리즈에서 폴 매카트니 역을 맡았다. 그가 담배를 끄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어쩌면 드라마 트레이닝 때문일 수 있겠지만 메스칼은 마치 로마 시대 장군처럼 움직인다. 그의 모든 것이 견고하고 안정적이면서 강인하게 느껴진다. 그가 흰 양말만 신은 채 나무 바닥 위를 걸어 다니는 걸 보니 이 집은 당연히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곳일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두꺼운 후디를 입었음에도 영화 <글래디에이터>를 위해 만든 그의 다부진 몸이 드러난다. 그는 올 2월에 서른을 맞이하는데 그의 관자놀이 주변에 나오는 흰머리조차도 잘 어울린다.
그의 얼굴엔 시대를 관통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그는 지금의 혼탁하고 피로한 시각의 시대 속에서 단번에 흐름을 끊어내는 드물고도 눈부신 존재다. 날카로운 턱선, 매부리진 코, 자연스러운 컬의 곱슬머리까지, 존재감은 모든 면에서 아날로그처럼 느껴진다. 폴 메스칼을 보며 플러피한 Gen-Z 스타일의 앞머리가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FOR YOU’ 페이지를 멍하니 스크롤하는 모습 역시 상상하기 어렵다. 메스칼과 나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 우리는 공원이나 실력 좋은 바리스타가 있는 작은 커피숍에서 종종 마주치곤 한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나는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자기 일에 아주 몰입하며 열정을 쏟아붓지만 장난기도 있는 사람이다. 그는 부인하겠지만 꽤나 재밌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그를 마치 기사처럼 명예로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20대에 그런 평가를 받는 인물은 흔치 않다.
“정말 제대로 잘 자란 사람이에요. 삶을 대하는 윤리가 분명한 사람이죠.” <비틀스> 시리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해리스 디킨슨의 말이다. 이에 조시 오코너는 이렇게 덧붙였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으로서의 인격인 것 같아요. 그는 마음이 열려 있고 친절해요. 또 따뜻하면서도 관대하죠. 보기 드물게 잘 자란 남자예요.” 거실에서 우리는 두 개의 낮은 소파에 앉는다. 메스칼은 가장 최신 작품인 <햄넷 Hamnet>의 미국 프로모션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자신에 대해 그는 말한다. “마치 아이를 키우고 나서 세상 모든 사람에게 평가해달라고 하는 느낌이에요. 사람들이 좋아할까? 그들이 우리가 어떤 것을 만들려고 했는지 이해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햄넷>은 가슴을 후려치는 영화다. 윌리엄 셰익스피어(폴 메스칼)와 애그니스 해서웨이(제시 버클리)의 연애와 결혼, 가정을 꾸리는 과정, 어린 아들 햄넷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비극 이후의 여정을 그린다. 단순히 잘 만든 영화를 넘어 과감한 선택으로 정면 승부를 거는 작품이다. 시상식 시즌을 겨냥한 야심과 울컥하게 목을 조여오는 감정의 파동을 모두 품고 있다. 런던 영화제 상영 당시 내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 관객은 영화의 마지막 한 시간 내내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그 스크리닝이 모든 것을 압도해버릴 만큼 강렬한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이 상영은 감독 클로이 자오가 폴 메스칼과 스티븐 스필버그, 약 2천 명쯤 되는 관객과 함께 진지하고도 아름다운 감사의 명상으로 시작됐다.(그날 밤 조금 앞서 메스칼은 자오와의 작업을 두고 “이 시대의 위대한 마녀 중 한 명에게 사사받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명상이 이어지는 동안, 나는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됐다. 자오가 지닌 특별한 재능은 요즘 같은 시대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다. 진지함을 숭고함으로 끌어올리는 능력.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고 불이 켜지자 관객들은 몽롱한 상태로 홀 안을 헤매듯 움직였다. 그런 영화를 보고 나서 대체 무슨 말 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완전히 기운이 빠져 있었고 몇몇은 담배 한 대를 피우자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관객들 사이에 섞여 이 작품을 본다는 경험이 집단적인 시네마 체험으로서 얼마나 다른지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집에서 혼자 노트북으로 봤다면 그런 감정은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메스칼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하는 모든 작품은 가능하면 극장에서 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지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 자체가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거든요. 그래서 <탑건: 매버릭> 같은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런 영화들은 스튜디오가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경험’ 자체에 다시 초점을 맞추게 만들어요. 결국 우리가 극장에 가서 보는 영화가 거대한 블록버스터 영화들뿐이라면 관객들은 언젠가 그 자체에 지루함을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보통 그런 게 사람들이 영화관에 가게 만드는 이유 아닌가? IMAX 포맷과 같은 흔치 않은 필름으로 촬영했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이건 개인적이고 주관적이에요.” 그는 말했다. “저는 영화관에서 기술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제가 보고 싶은 건 놀랍도록 잘 찍힌 장면들이나 스케일이죠. 그런데 그 스케일이 꼭 기술적인 것일 필요는 없어요. 인간적인 차원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제시 버클리의 얼굴을 가능한 한 크게, 말 그대로 화면을 꽉 채울 만큼 보고 싶은 거예요. 이것이 인간의 경험에 관한 것이 될 수 있다면 아마 그 영화는 지속 가능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햄넷>의 조용한 기적은, 신화화된 셰익스피어를 진부함이나 과장 없이 불러오면서도 이야기의 핵심인 비극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그려낸다는 점이다. 자오는 2020년에 출간된 매기 오패럴의 소설을 원작으로 이 영화를 공동 각색했다. 그녀는 버클리가 연기한 아그네스라는 인물이 원작에 충실했고 셰익스피어라는 존재를 폴 메스칼에게 녹여내는 과정 또한 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한다. 메스칼은 이 캐릭터를 위해 남성적인 슬픔의 양상을 연구했는데, 그것은 회피적이고 내면화돼 있지만 지진처럼 큰 여파를 남기는 그런 감정이었다. “아내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슬픔을 드러내는 편이 그에게는 더 쉬워요”라고 메스칼은 말한다. “남성과 여성은 슬픔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전적으로 성별로만 구분될 문제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그 두 방식 사이의 대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물론 관객들은 버클리가 연기한 아그네스의 시선에 따라 그가 회피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는 고통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고통을 향해 조심스럽게나마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어요. 저는 클로이 자오가 이 지점을 아주 정직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방식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남자는 현실에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햄넷>은 클로이 자오의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와 더불어 그녀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를 강력한 감독이다. 동시에 이 작품은 제시 버클리의 영화이기도 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오는 3월 주요 상을 거머쥘 다른 배우를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면서 이는 폴 메스칼의 영화다. 그의 연기는 고전적인 조연의 정수를 보여주는데, 그는 버클리의 슬픔을 반사시키듯 그와 대칭을 이루는 트라우마인 수치심을 연기함으로써 감정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결말부에 이를수록 메스칼이 지금 이 세대에서 아주 인상적인 배우 중 하나라는 확신은 더 또렷해진다. 2026년 시상식 시즌이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이제는 분명해 보인다.(이미 그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골든 글로브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햄넷>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촬영했는데, 마지막 장면을 찍는 순간 클로이 자오와 그녀의 팀은 폴 메스칼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아그네스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요. 그 눈, 그 시선.” 자오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촬영감독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카메라를 가리키며 ‘저게 바로 신성한 남성성이다’라고 말했어요. 우리는 정말 깊이 감동했죠. 메스칼은 수많은 감정을 모두 품을 수 있을 수 있는 사람 같아서 함께 있을 때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마치 당신을 그대로 품어줄 수 있는 사람처럼요.” “캐릭터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배우가 그 지점까지 갈 수 있다면, 그는 자신을 온전히 그 인물에게 내어준 거예요. 마치 ‘내 삶을 전부 당신에게 드릴게요. 가져가서 마음껏 사용하세요’ 같은 느낌요.” 이 말이 다소 극단적이면서도 절제된 것처럼 들린다면 당신은 이제 폴 메스칼이라는 배우를 이해하기 시작한 셈이다.
그는 영화 연기를 시작한 지 이제 5년밖에 안 됐지만, 그의 연기에 대한 헌신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그는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연출하는 영화 <메릴리 위 롤 어롱 Merrily We Roll Along>에서 프랭클린 셰퍼드 역으로 출연하기로 확정했으며 이 작품은 무려 약 20년에 걸쳐 촬영될 예정이다. 메스칼은 이 영화의 촬영이 2040년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지점이 바로 메스칼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영역이다. 그는 <햄넷>에서 맡은 역할을 준비하며 튜더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 속으로 파고들고 싶은 유혹을 억누르는 대신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상실 이후에 생겨나는 깊은 균열 그리고 두 사람이 그 간극을 다시는 메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는 마치 그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결국 서로를 다시 찾아낸다는 사실이 너무···, 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제가 그 상황을 겪는다고 상상해보면 도무지 감이 오지 않거든요.”
지금까지 메스칼이 맡은 역할들은 주로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의 연구에 가까웠다. <애프터썬>에서 그는 젊은 아버지를 연기하며 극도로 미세한 감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 역에서는 그 방식의 상당 부분을 내려놓아야 했다. “지금까지 제가 한 연기 중 가장 직접적인 퍼포먼스예요.” 그는 이렇게 말한다. <더 뉴요커 The New Yorker>는 이 영화가 “깊은 슬픔의 포르노일까?”라는 평을 남겼다. 실제로 이 영화는 자오와 메스칼의 작업에서 높이 평가되어 온 감정 절제를 이전만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절제의 미학은 때로 소극적인 연기를 미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메스칼과 버클리가 지금 이토록 찬사를 받는 이유는 극심한 감정의 난기류 속에서도 이 이야기를 끝내 무사히 착륙시키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기 전, 오패럴의 소설을 읽은 한 친구는 메스칼이 그 역할을 맡기엔 “너무 핫하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났겠네요.” 메스칼은 웃으며 말한다. 그러고는 잠시 숨을 고른다. “그런데 그게 또 흥미로운 지점이기도 해요. 그건 투영이거든요. 관객이 ‘저 사람은 이래서 저런 역할은 안 돼’라고 말하는 건 굉장히 환원적인 태도라고 생각해요. 인터넷 때문에 사람들은 배우들을 정해진 상자에 가둬두는 데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50년 전에는 달랐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배우들을 끊임없이 볼 수 없었으니까요. 우리는 코미디를 할 얼굴과 슬픔을 연기할 얼굴이 따로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배우에게는 이 역할을 하기엔 ‘너무 잘생겼다’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미학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고 그것이 관객이 대가를 지불해야 할 이유가 된다면, 영화관에 가는 경험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면서 너무 재미없는 생각이에요. 우리는 그저 이 사람이 그럴 거라고 기대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기대를 벗어나선 안 된다는 거죠? “안 되죠.”
메스칼이 이런 투영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셀러브리티 문화 전반에 깔려 있는 준사회적 관계를 피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자신, 꿈, 결핍까지도 동시대의 아바타들에게 투사하고 있지 않은가. 동시에 우리는 노골적인 자기 홍보에 기울어진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정말 병적인 풍경이다. 마치 학창 시절 친구였던 빌이 링크드인에 자신의 업무 컨퍼런스 이야기를 올렸다는 알림을 받는 순간처럼 말이다. 할리우드는 언제나 신화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온 산업이었다. 하지만 이제 배우들은 대중에게 각인된 그 이미지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기대가 따라붙는다. 커피를 사러 나갈 때 입은 옷차림부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어떤 폰트를 쓰는지, 강아지를 안고 진행하는 인터뷰에서 어떤 귀여운 답변을 내놓는지까지 말이다. 지금은 이른바 ‘골든 리트리버 스타’를 위해 설계한 듯한 밝게 빛나는 미소와 아이러니 없는 자부심을 지닌 이들을 위한 시대다.
메스칼에게서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모순은 일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열정과 때로는 그 무게에 스스로도 압도되는 듯한 태도, 그리고 동료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는 모든 것의 무게를 느끼며 많은 것에 감사하고 자신이 얼마나 행운아인지도 알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부여된 사실상의 ‘핫 가이’ 이미지가 자신의 영화와 앞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사람들의 관심 한가운데에 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가 바라는 것은 자신의 작품이 잘되는 것일 뿐, 그는 작게 남아 있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오늘날 메스칼은 자신의 상황을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진실”이라 표현했다.
그렇기에 2024년 <글래디에이터 2>의 간판 배우로서 도쿄, 시드니, 뉴욕, 런던, 로스앤젤레스까지 전 세계를 누비던 대규모 프레스 투어가 그에게 얼마나 큰 긴장을 동반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이건 과분한 고민이에요. 저는 규모가 큰 스튜디오 영화에서 주연의 기회를 얻었고 그 작품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저는 글로벌 프레스 투어를 소화할 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3주 내내 재미없는 질문만 받아야 했거든요. 그래서 ‘말 조심하자’를 속으로 계속 되뇌었죠.” 그가 농담 삼아 손가락을 내 쪽으로 겨누며 말한다. “이 프레스 투어가 정말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어요. 어디를 가든 제 얼굴이 있었거든요. 제가 보기에도 질릴 지경이었으니 사람들은 오죽했겠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저는 당신의 마음을 이해합니다!’라고요”
이 혼란 속에서 메스칼이 거둔 하나의 윤리적 선택은, 그가 2020년 엄청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던 정점에서 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했다는 사실이다. “<노멀 피플>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죠. ‘이 계정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큰일 나겠다.’ 그러면 이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었을 거고 예고편 같은 것들도 계속 올리고 있었겠죠.” 그가 말한다. 그가 듣고 싶지 않았을 말들마저 결국 그에게 닿지만, 그래도 그중 하나의 접근 경로를 없앴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만족한다. “제가 얼마나 특권적인 위치에 있는지 잘 알고 있어요.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이렇게 말한다. 소셜 미디어 계정이 없는 배우는 요즘의 스튜디오 시스템에서는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는 스튜디오에 고용된 적이 없어요. 항상 영화감독들에게 선택받아 왔죠. 그리고 이건 배우들이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에요. 다만 제가 선택한 이 방식이 모두에게 통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일의 접근성을 제한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 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왜냐하면 1백 번 중 아흔아홉 번은 홍보를 꺼리고 인스타그램 계정조차 없는 배우가 그런 방식으로 커리어를 밀어붙이면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성공이 더 놀랍다. “이 부분은 정말 아쉬워요.” 메스칼은 말한다. “스튜디오가 그런 것들에 의존한다는 사실 말이에요. 우리는 늘 영화 스타의 부재를 이야기하죠.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우리는 모두를 거의 항상 보고 있으니까요. 전 폴 뉴먼이라는 존재가 정말 좋아요. 그는 베니스 영화제에 아주 시크하고 쿨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리거든요.” 당신이 폴 메스칼이라면 이는 희소식이다. 그는 폴 매카트니를 연기하는 영화 네 편을 찍고 있기에 이번 프레스 일정이 끝나면 2028년까지는 우리의 눈에서 사라질 수 있다. 인터뷰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 “<비틀스>를 한다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그냥 제가 할 일을 하면 되고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죠.” 그가 말한다.
샘 멘데스의 <비틀스> 시리즈를 만드는 스튜디오와 제작사는 영화에 관한 정보 공개에 극도로 인색하다. 메스칼과 내가 이야기를 나눌 당시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된 지 몇 주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폴 매카트니 역에는 메스칼, 존 레논은 해리스 디킨슨이 맡고, 링고 스타는 배리 키오건, 조지 해리슨은 조셉 퀸이 연기한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각 멤버를 중심으로 한 영화 한 편씩 총 네 편이 2028년에 동시 개봉될 예정이고, 각 배우들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다른 멤버의 영화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이 시리즈의 현재 타이틀은 인데 한 번에 정주행할 수 있는 네 편의 영화같은 느낌이 든다.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정말 매혹적인 삶을 살았어요. 멤버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와 서로에 대한 사랑과 절망은 끝없이 파고들 만한 세계죠.” 두 명의 폴, 메스칼과 매카트니는 이제 몇 차례 만남을 가졌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저는 그와 감정적으로 가까워졌어요.” 메스칼은 말한다. “매카트니는 늘 저를 친절함과 따뜻함으로 맞아줘요.” 메스칼은 이 영화에서 모든 노래를 직접 소화할 예정이다.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음악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줬죠. 항상 음악을 좋아했지만 위대한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런트맨을 연기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듣고, 경험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메스칼이 오늘따라 조금 달라 보인다는 걸 느꼈을지도 모른다. 폴 매카트니를 연기하기 위해 깔끔하게 면도를 했기 때문이다. 어떤 각도에서는 정말로 스무 살 무렵의 ‘Sir Paul’처럼 보이기도 한다. 검은색 후디를 입고 햄과 머스터드 감자칩에 손을 뻗는 모습마저 그렇다. 심지어 그는 그 감자칩이 길 건너편에 있는 바로 그 델리에서 샀다는 사실까지 정확히 맞혀버렸다. 런던 북쪽에서 영화 세트장까지 차로 이동하는 길은 멀고도 구불구불하다. 하지만 이 <비틀스> 시리즈 스케줄은 메스칼이 거의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는 데 한몫하고 있다. 2019년 <노멀 피플> 촬영 이후 처음으로 그는 매일 밤 집으로 퇴근한다. “그사이 몇 년은 일관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삶이었어요. 매일 제 침대가 있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메스칼은 자신이 일상의 루틴을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었는지조차 깨닫지 못했었다. 그의 상승세는 채찍처럼 몰아칠 만큼 급격했지만 모든 변화는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는 아일랜드 메이누스에서 자랐고 그의 부모님은 교사와 경찰관이셨다. 한때 그는 게일릭 축구선수가 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열여섯 살에 <오페라의 유령>을 연기한 이후 그는 연극의 길로 접어들었다. 첫 영화 데뷔는 2021년이었다.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한 뒤, 그는 남우주연상 부문 오스카 후보에 올랐다. “조금은 더 천천히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그가 말한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묻는다. 이제 그는 성공과 도전의 시간을 지나 조금은 그 너머에 와 있다고 느끼는지. 그러자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멈춘다 해도, 저는 지금까지 제가 해온 모든 작품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영화를 찍으며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는 친구의 말에 판단력이 흐려지기가 쉬워요. ‘그 사람은 좀 그렇지 않아?’, ‘항상 슬퍼 보이잖아’라고요.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해요. 당신은 영화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고요. 그리고 질문을 던지죠. ‘드라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솔직히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아니라 제가 연기하는 그 캐릭터를 알아봐 주셨으면 해요. 오늘 그 사람이 연기하는 바로 그 인물을요. 그리고 제가 과연 타고난 쇼맨십을 지닌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부러움을 느낄 때도 있고요.”
어떤 쇼맨십을 말하는 거죠? “다른 배우의 이름을 굳이 말하진 않겠지만 그들에겐 저마다 빛나는 재능이 있어요. 보고 있으면 왜 그들이 뛰어난지 단번에 알게 되죠.” 메스칼은 지금 서로 맞서는 두 개의 진실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고 있다. 그는 자신을 화려한 미소로 방을 환하게 밝히는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런 성격인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그는 기묘한 개성과 뚜렷한 구체성 그리고 변화를 위한 변화에는 응하지 않는 감정의 정확함 속에서 그만의 힘이 무엇인지 이제는 잘 알고 있다. 그 배우가 ‘핫하다’, ‘슬프다’, ‘인터넷의 남자친구’ 같은 말들로 가볍게 치부되는 순간 모든 것이 쉽게 사라질 수도 있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해내는 일들을 저는 못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하는 일에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메스칼이 스스로를 돌아볼 때 빛이 나지 않는 사람처럼 여긴다는 사실은 좀처럼 믿기 어렵다. 하지만 자신을 정확히 바라보고 이해하는 일은 언제나 가장 어려운 법이다. 멘데스는 <비틀스> 시리즈뿐만 아니라 <햄넷>의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그는 그 영화에 관한 한 가지 디테일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장엄한 매 한 마리가 급강하해 버클리의 팔 위에 내려앉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 장면이 폴을 떠올리게 해요. 그는 우리와 함께 땅 위에 서 있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연기를 시작하는 순간 그는 날아오르죠. 비행이 그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처럼 보여요.” 멘데스는 나에게 이렇게 적어 보냈다. “그에게는 영혼, 감수성 그리고 젠틀함이 있어요. 동시에 분노와 힘, 육체적인 에너지도 지니고 있죠. 당신을 단번에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상처를 보듬어줄 것 같은 사람이에요. 저는 그가 그의 세대에서 몇 안 되는 위대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 새소리가 잦아들고 해가 기울었다.(11월 말 오후 4시 무렵이었다.) 메스칼과 나는 1990년대 <뉴욕 타임스> 칼럼을 통해 재조명된 심리학 실험인 ‘Questions That Lead to Love’의 변형된 버전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 질문들은 두 사람이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몇 시간에 걸쳐 서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도 있지만, 우리는 내 답은 생략하고 그의 답만 듣기로 했다. 물론 이 모든 발상은 유치하기도 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엔 다소 가볍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유치한 시도들이 의외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고 우리의 생각을 더 많이 투영할 수도 있다. 혹은 폴 메스칼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깨달은 건 폴 메스칼은 그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는 가장 적합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가 꿈꾸는 디너 게스트는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난 그의 할아버지다. “어른이 된 후 할아버지와 한 번도 제대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많은 사람이 그에 대해 오해하는 것은 그가 늘 슬픔을 안고 산다는 것인데, 그에 대해 그는 말한다. “나는 슬픈 것 같지 않아요. 솔직히 전 그냥 좀 지루한 것 같아요.” 슬픔이라니? “네,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다만 저는 연기할 때 깊은 슬픔, 사랑, 우울 같은 감정에 끌리는 편이에요. 예술적으로는 반드시 표현되어야 할 감정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신만의 음악을 만든다는 답을 하며 다시 한번 그는 “네”라고 덧붙인다. 한편 그가 열정적으로 애정을 쏟는 대상이 하나 더 있는데 – 잠깐, 뭐라고?- 바로 보스턴 레드 삭스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는 크리켓이 야구의 대안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바이브’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라도 하듯, 한 문장 안에서 그 말을 두 번이나 꺼낸다.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그가 거의 모든 답을 부드럽게 방향 전환하며 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깨닫는다. 또 그는 자신의 인내심이 때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줄 서는 건 잘 못 해요.” 그는 이렇게 전한다.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잘 못 해요.” 요즘에도 그는 <비틀스>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조수석에 앉아 구글 맵을 켜고 도착 예정 시간을 계속 확인한다. 혹시라도 늦어지진 않을지 신경 쓰며 말이다.
만약 삶이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는 모든 걸 내려놓을 거라고 말한다. “샘 멘데스에게 전화를 해서 이렇게 말하겠죠. ‘이거 알아요? 지금 이 작업 정말 재밌긴 한데요, 저 1년 안에 죽거든요. 아, 잠깐만요. 사실 지금 저는 정말 행복해요.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일지도 모르죠. 그러니 아마 이 일을 계속하게 될 것 같네요.”(이쯤 되자 이 질문에는 상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어딘가 불공평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메스칼은 여전히 기꺼이 응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노인이 된 모습을 상상하기가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네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는 웃으며 덧붙인다.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요. 하지만 저는 이제 2월이면 서른이 되거든요.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아요.”
서른이 늙은 나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는 열아홉, 스무 살이던 시절의 자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때의 그는 서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어느새 그 시간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죽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흔이 된 자신의 모습을 선뜻 상상하기 어려운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과연 당신은 상상할 수 있는가?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나야 하잖아요. 어쩌면 저는 아흔이 되기 전까지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에 대해 조금은 걱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아흔이 되면 제 부모님과 친구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을 거예요.”
그의 작품이 처음으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을 때 그는 스스로가 그리 좋은 친구는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그냥 사라져버리곤 했어요.” 하지만 이후의 여정에 대해서는 이제 관계 속에서의 자신의 태도를 알고 있고 그에 대해 만족한다. 그리고 그것은 비상과 착지, 스포트라이트와 사라짐, 거대한 것과 사소한 것 사이를 오가는 그의 밀고 당김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는 스튜디오 영화나 BBC에서의 큰 성공, 혹은 오스카 후보에 오른 일이 아닌,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에게 사랑을 돌려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냉소적인 나로서는 그 대답이 좀 의문스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밤낮없이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여섯 개가 넘는 서로 다른 타임존에서 걸려온 전화들이었다. 메스칼의 친구들은 점점 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한다.
조쉬 오코너는 뉴욕에서 호스트로 무대에 오르기까지 며칠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는 <노멀 피플>을 본 뒤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젊은 배우 메스칼을 줌으로라도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에게 멘토링을 해주거나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내가 그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오코너는 자신의 미국 에이전트에 전화를 걸어 메스칼과 배우 계약을 맺으라고 했다. “폴 메스칼이라는 배우인데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그의 에이전트는 이미 메스칼과 계약이 되어 있다고 전해왔다. 두 배우는 코로나 시기 동안 줌을 통해 친구가 되었고, 이제 오코너는 조언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메스칼에게 전화를 건다. “그거 아세요? 그는 자신이 얼마나 희귀한 존재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폴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가끔은 우리가 그를 얼마나 존경하고 얼마나 그를 우러러보는지 그 자신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오코너는 이렇게 말한다. 한편 <햄넷> 프레스 투어 중이던 제시 버클리로부터 받은 이메일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폴과 함께라면 가장 위험하고, 가장 인간적이며, 가장 원초적인 감정의 영역으로 완전히 몸을 맡길 수 있어요. 그의 ‘그릇’은 그만큼 단단하거든요. 그리고 그의 깊이는 끝이 없어요.”
해리스 디킨슨은 <비틀스>를 하루 종일 촬영한 뒤 그다음 날 문자를 보내왔다. 메스칼과 막 강도 높은 장면을 찍고 난 후였고 그의 목소리엔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그는 정말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이에요. 함께 신을 찍는 파트너들을 정말 세심하게 돌봐요. 모두가 그렇게 하지는 않거든요.” 앤드류 스콧 역시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는 자신이 참여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완전히 올인해요. 모든 것을 쏟아붓는데 그 일이 그 자신을 집어삼킬 정도죠. 정말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일에 임해요.” 내가 클로이 자오에 대해 가장 놀랍게 느낀 점은 곧 시상 시즌을 향해 나아갈 영화인 <햄넷>이 거의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오는 2022년 말 <노마드랜드 Nomadland>로 작품상을 포함한 오스카를 거머쥔 직후 텔류라이드 영화제로 향하던 길에 스티븐 스필버그의 제작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햄넷>의 연출을 맡아달라는 제안이었다. 당시 그는 오파렐의 소설을 아직 읽지 않은 상태였고, 그 제안을 거절했다. 이런 이야기는 굳이 우리에게 들려줄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산골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가에서 그녀는 메스칼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정말 우연히 제가 바로 몇 시간 전에 거절한 영화에 대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요. 그런데 그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었어요. 그 안에 숨어서 끓어오르는 무언가, 마치 안쪽에서 금방이라도 탈출할 태세를 갖춘 동물처럼요. 살아남기 위해 창작해야만 한다는 강박은 메스칼 안에 분명히 존재해요. 그는 저에게 <햄넷>을 읽어보라고 설득했고 전 책을 읽자마자 ‘아, 이건 꼭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이 놀라운 이야기에서 더 놀라운 사실은 자오가 메스칼이라는 배우를 만들어낸 BBC 시리즈 <노멀 피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메스칼을 시상식의 영역으로 단숨에 끌어올린 <애프터썬>은 널리 개봉된 작품이 아니었다. “아, 사실 저는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한다. 당시 그는 아직 유명하지 않은 스물여섯 살의 배우로 두 개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두 개의 상을 막 받은 감독을 설득했다. 한때 거절했던 영화에 다시 합류하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그의 눈이 특별히 빛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자오는 우리의 대화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그에게는 사각지대가 있는 것 같아요. 그에게 이 말을 했어야 했는데요. 그는 가끔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해왔는지를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이야기를 할 때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대해서만 말하죠. 그는 스스로를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정말로 겸손하고요. 저는 그가 자신의 위대함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 거실로 돌아왔을 때 이제 정말 밤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모든 질문지를 끝냈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흘러 있었다. 메스칼은 35분 안에 레드 카펫에 도착해야 했다. 아이쿠! “저는 여기 앉아서 죽음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볼게요.” 그가 웃으며 말한다. 그런 다음 다시 후디를 입고 스페지알을 신고선 밖으로 나선다.
일주일 후 나는 예술가로서의 메스칼, 그의 일, 그리고 유명세라는 위대하면서도 어리석은 무게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왕자가 왕좌를 거부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그는 일을 하러 와 자신의 몫을 해내고 사라지고 싶어 하는 성향의 사람이다. 어쩌면 지금 같은 시대가 아니었다면 빛을 보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가 나눈 대화 속에서 감정을 파헤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잠시 움찔했다. 혹시 내가 그를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싶지만 그래도 그 불편함은 결국 지나갔다. 그는 2028년쯤까지는 기자들의 눈을 피해 지낼 수 있고, 그 시간 동안 그는 자신이 가장 원하는 예술을 하거나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세상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 매일 밤 자신의 침대에서 잠드는 그런 일상 말이다. 나는 머리를 식히려고 집 밖으로 나섰다. 공원을 천천히 가로질러 실력 좋은 바리스타가 있는 커피숍으로 향한다. 코너를 도는 순간 스페지알 운동화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는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진실이 우리를 맞이했다. 폴 메스칼은 아마 숨고 싶을 테지만 나는 이미 그를 보아버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