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Cantabile, 저의 세계는 노래하듯 흥겹게 흘러가고 있어요”
푸른 물결. 오렌지 초침. 보검의 호른.
GQ 새벽 두 시가 넘었네요. 졸리지 않아요?
BG 괜찮습니다. 기자님은요?
GQ 저도요. 하지만 보검 씨는 낮에 훈련도 받고 왔잖아요.
BG 맞아요. 제가 해군 예비역 병장이거든요. 마침 촬영장이 대한민국 해양을 수호하던 서울함인 거예요. 우연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어요.
GQ 지난번 행사에서 만났을 때, 긴 멘트를 전부 외워온 보검 씨의 준비성이 인상깊었어요. <지큐>와의 첫 화보를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했나요?
BG 그날의 저를 기억해주시다니 감사해요. 오메가와 함께한 현빈 선배님의 화보를 보면서 촬영을 예습했습니다. 오늘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을 찼는데, 시계를 디자인한 분이 추구하는 바를 잘 표현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브랜드에 대해서도 열심히 공부했어요.
GQ 어떤 정보를 얻었나요?
BG 오메가는 올림픽 주요 경기에서 공식 타임키핑의 역할 수행뿐만 아니라, 경신을 거듭하는 세계기록에 발맞춰 기술의 장비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들었어요.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렵고도 매력적인 모험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온 브랜드. 거침없는 개척, 가능성의 확장, 타협하지 않는 방식을 추구하는 오메가와 동행하면서,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GQ 보검 씨는 듣던 대로 무엇이든 성실히 임하는군요. 평소에도 오늘같이 밤늦도록 몰두하는 일이 있나요?
BG 대부분 숙면 시간이죠. 촬영이나 촬영으로 밀린 업무를 해야 하는 날이 아니라면요. 좋은 날을 만들기 위해 좋은 잠을 쌓으려고 합니다. 30대가 되고 잠이 보약이라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꿀잠이 건강한 하루를 만든다!’
GQ 깨어 있는 시간 중 좋아하는 시간대가 있어요?
BG 저는 하늘이 예쁜 시간은 다 좋아해요. 동이 트는 새벽녘의 하늘도 좋고요, 정오의 맑고 깨끗한 하늘, 늦은 오후의 노을이 지는 하늘도 좋아해요. 별이 빛나는 밤하늘도 좋아요. 기자님은요?
GQ 저는 나무들이 눈 비비는 이른 아침.
BG 그 표현 정말 귀여운데요? 아침을 맞이하는 느낌이 전달되면서 나뭇잎이 서로 인사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해요.
GQ <칸타빌레>의 게스트가 된 기분이 드네요. <미니 팔레트>에 나온 아이유 씨의 말처럼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보검 씨의 재능을 저도 지금 느끼고 있어요.
BG 재능이라고 해주셔서 감사한걸요. 아이유 씨는 예쁜 말로 칭찬을 건네는 멋진 친구예요. 다 함께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는데,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는 표현은 처음으로 들어서 고마웠어요. <칸타빌레>를 시작하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편안한 감정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를요. 무대와 객석에 계신 분들께 반짝이는 시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서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GQ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법. 어색한 사람에겐 한없이 어려운 일인데. 이미 다 큰 어른도 그런 능력을 배울 수 있을까요?
BG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굿보이>의 윤동주가 좋아하는 무하마드 알리의 말처럼, 꾸준히 노력하면 가능합니다. 어려운 시간도 있겠지만, 배울 수 있습니다.
GQ 첫 번째 스텝은 뭐예요?
BG 배려와 존중의 마음을 가지기. 저도 계속 배우는 중입니다.
GQ 화면 너머의 시청자들도 행복한 ‘검요일’들이었어요. 제 얘기예요.
BG 기쁩니다. 정말로 모든 회차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스물한 밤 동안 멋진 분들을 만나 그분들의 음악을 곁에서 들을 수 있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상상하지도 못했던 좋은 감정들이 저에게 왔어요.
GQ 가장 아끼는 무대를 꼽을 수도 있어요?
BG <구르미 그린 달빛>팀, <굿보이>팀, 애순이 아이유 씨를 포함한 모든 무대가 소중했어요. 노영심 선배님과 함께한 ‘학교 가는 길’은 출근할 때 들어보세요. 마음이 허하게 느껴질 땐 곽진언 선배님과의 무대 ‘함께 걷는 길’, 권진아 선배님과의 무대 ‘운이 좋았지’와 ‘꿈꾸는 대로’, 김범수 선배님과의 무대 ‘보고싶다’와 ‘하루’를 추천합니다. ‘가려진 시간 사이로’ 특집도 빼놓을 수 없어요.
GQ 요즘 읽고 있는 시집도 <칸타빌레>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했죠.
BG ‘별 헤는 밤’이라는 코너에서 소개하고 싶은 아티스트들을 초대할 수 있었는데요, 그때 2인조 포크 듀오 ‘산만한 시선’ 팀을 만났어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음악에 첫발을 내딛은 팀이었죠. 두 분이 선물해주신 시집이에요.
GQ 허연 시인의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좀 전에 디지털 인터뷰에서 시 몇 개를 읽어주셨어요. 시집에는 책의 제목과 동일한 시가 있더라고요. ‘깊게 사랑한다 해도 우리를 갈라놓는 일들은 수없이 많을 테고 우리는 결국 이별에 아파할 게 뻔하니까 불타지는 말자’ 이런 메세지가 담긴 서글픈 시인데, 그럼에도 화자는 그 사랑이 노래가 되기를 바라는 것 같았어요. 보검 씨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감정들을 억제해본 적 있나요?
BG 있죠. 촬영 전날. 내 눈앞에 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지만, 지금 먹으면 결국 얼굴이 부을 게 뻔하니까 먹지 말자.
GQ 꽤나 현실적이네요. 저도 시를 읽으면서 고민을 해봤는데, 시의 제목이자 마지막 구절의 의미가 온전히 떠오르지 않아요. 보검은 언제 노래가 돼요?
BG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나의 시간은 음표, 날마다 음표를 만들어가는 거야. 곡이 완성되는 날, 웃으며 부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런 의미가 떠오르는데요?
GQ 제가 제대로 찾아온 것 같은데요? 사실 제가 작사에 도전 중이거든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할지 조언을 구합니다.
BG 우와,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제게도 가사를 쓴다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멜로디와 음절을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고요. 아직도 새로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음악을 만드는 분들의 재능에 감탄한다니까요. 음, <칸타빌레>의 진행자로서 작사 도전자에게 의견을 드린다면, 편지나 일기 형식으로 자유롭게 마음을 서술하는 것부터 해보면 어떨까요?
GQ 본보기를 한번 보여주세요. 바다 위에 떠 있는 오늘을 주제로요.
BG ‘차가운 바람이 흘러간 시간. 하늘을 사랑하는 바다가 손짓한다. 푸른빛의 물결 따라 오렌지빛 초침이 움직인다.’ 어렵습니다···.
GQ 첫 문장에서 관식이가 떠올라요. 그 배역이 아직 보검 씨에게 배어 있나 봐요.
BG 물론이죠. 2025년이 특별했던 큰 이유 중 하나예요.
GQ 그간의 인터뷰를 보면 보검 씨는 작품이 끝난 뒤 캐릭터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사람이에요. 해석이나 감상이 아닌 정의. 2025년이 끝나가는 지금, 인간 박보검은 어땠는지 정의해볼 수 있을까요?
BG 도전의 시간이었어요. 개척자 박보검.
GQ 그는 어떤 항해를 했나요?
BG 문득 이 노래가 떠오르네요. “우리는 오렌지 태양 아래 그림자 없이 함께 춤을 춰”.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2025년을 떠올렸을 때, 사계절이 참 행복했고 감사했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풍랑을 헤쳐나가는 모험도 있었고 좋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즐겁게 퀘스트를 깨나가는 그런 모험이었어요.
GQ 방금 전 가사의 초침은 태양의 오렌지빛으로 반짝인 거고요.
BG 그렇겠네요! 또 저는 시침과 분침의 간격을 보면서 순간을 얼마나 다채롭게 보낼 수 있는지 생각해요.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잖아요. 돌아오지 않을 지금의 순간들을 확인하면서 열의를 다해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요. 그래서 시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나의 시간에 대한 가능성을 느끼게 해줘요.
GQ 보검 씨의 말에는 항상 명확한 이유가 따라요. 상냥함이 바로 그런 정직함, 명료함에서 나오는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BG 일은 명료하게 하고 싶어요. 삶은 따뜻하게 살고 싶고요. 왜,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받고 있는 사랑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그 사랑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받은 사랑을 모두에게 잘 나누고 싶은 마음도 커지고요.
GQ 좋아하는 것이 많은 보검 씨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BG 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힘.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시간을 기쁘고 감사하게 보낼 수 있거든요. 힘들 땐, 사랑하는 것들로 환기를 하고요.
GQ 보검의 세계에서 시곗바늘은 어떤 속도로 흘러가고 있나요?
BG Cantabile, 노래하듯 흥겹게 흘러가고 있어요. 30대의 저는 현재를 즐기며 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봄에 가볍게 뛰기 시작해서, 여름과 가을에는 전력 질주, 겨울에는 다시 몸 풀며 달리기. 다채로운 템포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GQ 새롭게 맞이하는 사계절에는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BG 2026년도 보검복지부와 함께 즐겁게 항해하는 한 해를 만들 거예요. 바닷길이 부릅니다.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