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 코트 앞에서 오랜만에 설레고 말았어요
칼라 하나 바꿨을 뿐인데, 역시나 명불허전이에요.
트렌치 코트 때문에 설렌다는 말은 좀처럼 공감하기 어렵죠. 그게 클래식의 숙명이기도 하고요. 딱 한 달 전, 저는 트렌치 코트 없이는 올봄을 시작할 수 없다고 했어요. 길고 구조적이고, 꽤 과감하게 변모한 봄/여름 시즌 트렌치의 활약이 그만큼 돋보였거든요. 그런데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도 트렌치 코트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한껏 클래식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새로워진 게 아니라 원래 그랬던 것처럼 칼라를 슬쩍 바꿔치기했죠.
목 부분이 V자로 파인 테일러드 칼라 대신 ‘셔츠 칼라’. 딱 그 차이예요. 이 조용하고 단순한 디테일 하나가 트렌치 룩 전체의 인상을 바꿔버리는데요. 덜 격식 있고, 덜 클래식하고, 성별도 잘 안 읽히는 느낌이 묘합니다. 클래식 아이템일수록 건드릴 게 없을 듯한데, 실은 조금만 비틀면 제일 새로워 보이는 것도 오래된 아이템만의 특권이죠. 비율과 소재, 디테일 중 하나만 흔들어도 충분하니까요.
Prada 2026 F/W RTW
Calvin Klein Collection 2026 F/W RTW
Saint Laurent 2026 F/W RTW
Giorgio Armani 2026 F/W RTW
런웨이에선 프라다, 캘빈 클라인, 생 로랑,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이 셔츠 칼라 디테일을 들고 나왔어요. 취향도, 고객도, 세계관도 다른 하우스들이 같은 칼라 앞에 멈춘 거죠. 베이지, 올리브 등 정석 같은 컬러에 스톤 그레이와 파스텔이 끼어들었는가 하면, 드롭 숄더 실루엣과 스트레이트 커팅으로 몸에서 한 발 물러선 모습도 보입니다. 여기에 가죽 디테일이나 반질반질한 에나멜 마감까지 더하면 ‘평범한 트렌치 코트’라는 말이 쏙 들어가죠.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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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위크 스트리트에도 어김없이 셔츠 칼라 트렌치 코트가 등장했습니다 . 청바지 위에도, 테일러드 팬츠 위에도, 데님 스커트 위에도, 심지어 이브닝드레스 위에도 걸치는데 어디서도 어색하지가 않죠? 올 블랙 룩에 기다란 레더 트렌치 코트를 입으면 밤까지 갈아입을 필요도 없어요. 이쯤 되면 트렌치 코트가 다시 설레는 아이템이 됐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칼라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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