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베네타라는, 계속 듣고 싶은 아름다운 이야기
NARRATIVE. 보테가 베네타 2026 F/W 컬렉션.
초대장으로 보내온 포피 존스 Poppy Jones의 작품은 이번 컬렉션에 대한 짧고 강렬한 예고였다. 단순한 사진처럼 보이는 인트레치아토 셔츠 이미지는 사실 스웨이드 위에 그린 사실주의 회화를 촬영한 것이었고, 손에 손을 거친 이 작품은 융단처럼 부드러운 천으로 마감한 붉은 상자에 고이 담겨 있었다.
해가 완전히 저문 저녁, 두오모의 정기를 느끼며 도착한 팔라초 산 페델레. 쇼장에 들어서니 붉은 카펫 위에 놓인 하얀 의자가 드라마틱한 장면으로 게스트를 반겼다. 의자 위에 놓인 번호를 빠르게 훑으며 자리를 찾는데, 의자가 조금씩 다르게 생겼다. 어떤 건 울퉁불퉁한데 어떤 건 매끈하고, 또 어떤 건 이가 나간 것처럼 홈이 파여 있었다. 모든 의자는 조각한 스티로폼을 수작업으로 조립하고, 폴리우레탄 코팅을 입혀 완성한 가구 디자이너 맥스 램의 작품이었다. 초대장부터 객석까지, 모든 곳에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집요하고 따스한 손길은 곧 런웨이 위 옷에서도 드러났다.
밀라노의 라이프스타일과 드레싱 문화에서 영감 받았다는 이번 컬렉션은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실루엣이지만, 곡선으로 다듬은 외곽 덕에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 직선적인 코트는 암홀의 봉제선을 의도적으로 생략해 신체를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라인을 강조했고, 안에 입은 니트와 드레스가 부드러운 리듬을 더했다. 가죽은 조각처럼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손에 잡히면 놀라울 만큼 유연했다. 이렇듯 모든 룩에는 단단함과 유연함, 그리고 단호함과 느슨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디테일은 예상 밖의 장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매끈한 데이웨어 위에 풍성하고 탐스러운 장식이 더해지고, 헤어리한 소재가 뾰족한 슈즈 위에 얹혔다. 할머니의 이브닝 백을 연상시키는 작은 가방, 아버지가 오래 신어 길든 구두가 떠오르는 납작한 더비는 알 수 없는 향수를 자극했다. 은방울꽃같이 고운 이어링과 비니는 곧 관능적인 테크니컬 섬유로 확장돼 코트와 드레스까지 감쌌다.
인트레치아토는 단순한 장식에서 나아가 구조를 이루는 요소로 변주됐고, 가죽은 미묘한 결을 남긴 채 세월을 읊었다. 균일하게 다듬기보다 손의 흔적을 남겨두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보테가 베네타가 오랫동안 이어온 우아함의 방식이었다. 여기에는 세대도, 국경도, 성별도, 그 어떤 구분도 없었다. 오직 장인의 손과 현대적인 감각이 한 공간에서 조용히 나누는 아름다운 대화뿐이었다. 보테가 베네타라는 이야기가 또 이렇듯 찬란하게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