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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여유로운 아름다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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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히 정돈된 얼굴 대신, 여유로운 아름다움. 튈르리 정원의 기억에서 출발한 크리스챤 디올 뷰티의 미학.

파리 한복판 튈르리 정원에 거대한 팔각형 수면이 펼쳐졌다. 디올이 2026 가을/겨울 컬렉션을 위해 마련한 무대는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이 떠오르는 공간이었다. 런웨이 중앙에는 호수가 연상되는 거대한 반사 구조물이 놓였고, 모델들이 걸을 때마다 빛과 그림자가 물결처럼 흔들렸다. 16세기부터 있었던 튈르리 정원은 오랫동안 파리지앵이 산책하고, 서로를 바라보고, 때로는 자신을 드러내는 사교의 장이었다. 디올의 조나단 앤더슨은 이 ‘보고 또 보이는 공간’이라는 역사적 맥락에서 쇼의 시작을 찾았다. 패션이 결국 시선과 태도의 예술이라는 점에서 튈르리 정원은 디올 런웨이를 위한 가장 상징적인 무대를 만든 것이다.

쇼에는 디올 글로벌 앰배서더 지수가 시어 소재의 블랙 홀터넥 드레스와 화이트 ‘레이디 디올’ 백을 든 채 모습을 드러냈다.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에도 그녀의 메이크업은 ‘디올 포에버 스킨 글로우 래디언트 파운데이션’ 덕분에 놀라울 만큼 맑은 광채를 유지했다. 피부는 빛을 머금은 듯 투명했고, 실버와 블랙 톤이 어우러진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으로 눈매에 깊이를 더했다. 여기에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 #056 팜플무스’와 ‘디올 어딕트 립 글로우 오일 #001 핑크’를 더한 자몽빛 핑크 립을 더해 시크하면서도 모던한 꾸뛰르 뷰티 룩이 완성됐다. 플래시 세례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균일한 피부 표현과 절제된 컬러 사용으로 쇼장을 찾은 관람객의 시선이 모두 그녀를 향했다.

이날 런웨이 뷰티 룩은 단순히 아름다운 메이크업을 넘어선, 하나의 작은 이야기로 펼쳐졌다. 디올 메이크업 크리에이티브 & 이미지 디렉터 피터 필립스(Peter Philips)는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이번 룩의 영감을 이렇게 설명했다. 튈르리 정원은 원래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바라보고 만남을 이어가던 장소였고 그는 이를 프랑스어인 ‘라 랑콩트르(La Rencontre)’로 〈보그〉에 설명했다. “로맨틱한 만남이거나 비즈니스 미팅일 수 있죠. 어쩌면 조금 불법적인 만남일 수도 있고요.” 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덧붙였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파리의 사교 문화,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약간의 위험한 반전. 그 미묘한 분위기가 컬렉션의 뷰티 룩을 이끄는 출발점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아이디어가 사전에 계획된 컨셉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피터 필립스에 따르면 쇼 준비 과정에서 앤더슨과 대화를 나누던 중 예상치 못한 방향이 나왔다. “브리핑에는 없던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조나단이 갑자기 말하더군요. ‘어제 발랐던 아이라인이나 마스카라가 살짝 번진 채 남아 있는 파리 소녀처럼 보이면 좋겠어.’” 완벽하게 정돈된 메이크업이 아니라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된 뒤에도 남아 있는 듯한 흔적. 바로 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쇼의 핵심이 되었다. 블러셔도, 컨투어링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스킨케어 성분이 함유된 ‘디올 포에버 스킨 글로우 래디언트 파운데이션’을 얇게 펴 발라 피부 본연의 광채를 강조했다. 필립스는 이를 두고 “다른 차원의 광”이라고 명명했다. 아이 메이크업 역시 같은 방식이다. ‘디올쇼 온 스테이지 크레용 #099 블랙’을 점막과 눈머리, 눈꼬리 부분에 얇게 바른 뒤 모델들에게 눈을 감게 했다. 잠에서 막 깨어난 듯, 혹은 어젯밤 메이크업의 자국이 남아 있는 듯한 눈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 위로 속눈썹은 가볍게 컬링하고, ‘디올쇼 브로우 스타일러’와 ‘디올쇼 온 세트 브로우’로 결만 살려 구조적인 형태를 만든다. 마무리 터치는 입술에 은은한 볼륨감을 더하는 ‘디올 어딕트 립 맥시마이저 #001 핑크’를 얹은 것이다.

헤어 역시 같은 분위기를 따랐다. 귀 옆을 따라 흘러내린 가느다란 잔머리와 사이드 뱅을 살린 낮은 포니테일. 헤어 스타일리스트 귀도 팔라우 팀은 힘을 뺀 머릿결이 모델들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스타일을 완성했다. “조나단은 여유로움을 담되 스타일리시하게 가고 싶어 했어요. 공들인 티가 나지 않는 것이 핵심이죠.”

결국 디올 2026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메이크업은 단순한 뷰티 연출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였다. 빛나는 피부와 살짝 번진 블랙 아이라이너,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머리카락. 그 모든 요소는 쿨한 파리지엔의 무드로 충분하다. 조나단 앤더슨이 새롭게 제시한 디올의 여성상, 절제된 우아함과 자유로운 태도가 공존하는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 장치니까.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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