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마주한 노을 풍경 5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든 저마다 빛나는 순간이 있다. 특히 해 질 무렵, 여행지는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불타는 노을 아래 파도를 가르는 서퍼의 모습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려주는 도시의 노을도 모두 여행의 아름다운 한순간으로 기억된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지는 시간. 뜨겁고 강렬하게 남은 세계 곳곳의 노을을 소개한다.
인도네시아, 발리 꾸따 비치
발리의 꾸따 비치는 전 세계 서퍼들이 모여드는 ‘서퍼의 성지’다. 초보자도 쉽게 파도를 탈 수 있을 만큼 완만한 파도가 특징이고, 긴 백사장 덕분에 하루 종일 활기로 가득하다. 특히 해 질 무렵이면 해변가 서핑 숍이 일제히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으며 즉석에서 야외 펍으로 변신한다. 사람들은 맥주를 손에 들고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주황빛으로 물든 바다와 젖은 모래, 그 위를 질주하는 서퍼들의 모습은 꾸따 비치가 지닌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준다.
몽골, 바양작 주변의 초원
몽골에서의 여행은 곧 ‘길 위의 시간’이다. 해가 지기 전 게르에 도착하는 것이 규칙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가로등 하나 없는 광활한 초원에서 어둠이 내려앉으면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타는 절벽’이라 불리는 바양작 근처 초원에서 바라본 석양은 그야말로 장엄하다. 지평선 아래로 빠르게 사라지는 붉은빛과 반대편에서 밀려오는 깊은 어둠, 그 사이에 잠시 머무는 황혼은 몽골 대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다. 해가 완전히 저문 뒤엔 은하수가 밤하늘을 가득 메우며 또 다른 빛의 풍경을 선사한다.
일본, 미야코지마 니시헨나자키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에 자리한 니시헨나자키는 태평양을 향해 길게 뻗은 바위 지형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잘 닦인 도로와 커다란 풍력발전기를 지나 도착하면 울퉁불퉁한 산호 바위와 가파른 절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니시헨나자키 끝에 서면 거센 파도와 세찬 바람이 끊임없이 몰아치지만, 그만큼 드라마틱한 풍경이 완성된다. 해가 저물 무렵이면 여행자와 현지인이 삼삼오오 모여 절벽 끝에 앉아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 모습 자체가 이곳이 지닌 특별함을 증명한다.
이탈리아, 피렌체 아르노강
예술의 도시 피렌체의 중심에는 아르노강이 흐른다. 베키오 다리와 두오모, 팔라초 베키오 등 르네상스의 걸작들이 강을 배경으로 어우러지며 도시의 풍경을 완성한다. 해가 기울 무렵 아르노 강변을 걷다 보면, 난간에 걸터앉아 노을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와인을 나누며 황혼의 시간을 즐긴다. 강 위로 스며드는 빛과 역사적인 건축물이 어우러진 피렌체의 저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누군가는 미켈란젤로 언덕에서의 노을을 아름답다고 말하겠지만, 많은 이들이 해가 지는 순간에 집중하는 풍경이야말로 피렌체에서만 가능한 풍경이다.
하와이, 마우이섬 할레아칼라
하와이어로 ‘태양의 집’이라는 뜻을 지닌 할레아칼라는 마우이섬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휴화산이다. 해발 3,055m 정상까지 오르면 운해가 발아래 펼쳐지고, 거대한 화구가 빚어내는 풍경은 장엄하다 못해 초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에서는 하이킹과 캠핑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며, 정상에서 마주하는 고산 식물과 독특한 지형은 하와이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노을을 보기 위해 차를 끌고 올라와도 좋다. 정상에 서 있을 때는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듯 기묘한 기분이 들고, 강렬한 태양 빛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구름 아래로 사라지는 해를 보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각인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