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Сентябрь
2025

조경학 박사가 말하는, 도시에서 나무로 살아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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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자 하는 생명의 의지. 도시의 나무들 살아가고자 악착같이 버티고 있다.

가로수로 적합한 조건 먼저 살펴볼까요? 가장 우선하는 건 미적 기능이에요. 심었을 때 도시 경관과 어울려야 하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최소한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야 하죠. 단순히 이야기하면 사실 가로수는 보기 좋으라고 심는 거거든요. 물론 이 외에도 환경적, 문화적, 정서적 역할도 갖고 있고요.

가로수를 처음 심기 시작했을 때부터 최초의 목적이 그랬던 거예요? 가로수를 처음 심기 시작한 곳은 파리였는데, 권력자들이 그들의 생활 반경에 나무를 열식해 심기 시작하면서 권력이나 권위의 상징으로 쓰였어요. 집 주변에 나무를 배치하기도 하고, 마찻길과 보도를 구분하기도 하면서요. 18세기부턴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플라타너스를 대거 심으면서 지금과 비슷한 도시 경관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플라타너스가 대표적인 가로수가 됐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네요. 네, 역사로만 봐도 아득한 옛날부터 심어 왔으니까요. 유럽과 미국에서는 여전히 대표적인 가로수종이고요. 기둥이 굵고 곧은 데다 얼룩무늬를 하고 있어 시각적으로 굉장히 멋지죠. 입체적이면서 강렬하고요. 또 위로 자라 있는 잎이 넓으니까 그만큼 시원한 그늘이 많이 만들어지고, 무엇보다 환경 적응력까지 뛰어나서 가로수로 이만한 수종이 또 없을 정도예요. 물론 최근엔 그 수요가 좀 줄긴 했지만요.

왜요? 결국 시대가 변하면서 가치가 이동한 셈이에요. 예전엔 플라타너스 나무가 빨리 자라서 좋았거든요. 도심 조경이 금방 완성되니까요. 그런데 관리가 안 되는데서 오는 문제가 첫번째, 나아가 나무가 크게 자라면서 주변이나 건물을 가리는 문제가 생기게 됐어요. 또 굵은 나무 뿌리로 인한 인도파손, 보행 안전 문제도 있어요. 특히 다른 수종에 비해 잎이 크다 보니, 낙엽의 청소 문제, 그 잎이 하수구를 막으면서 생기는 하수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일부 지차체에서는 다른 나무로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더러 생겼어요.

플라타너스가 대표적이지만, 은행나무도 못지 않죠? 맞아요. 우리나라 가로수로는 방금 이야기한 플라타너스로 불리는 양버즘나무, 은행나무 그리고 느티나무 이렇게 3개 수종이 대표적이에요. 이 3개 수종이 우리나라 전체 가로수의 1/3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많죠. 1990년대 즈음 도시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메타세쿼이아나 백합나무, 단풍나무 같은 새수종도 여럿 심었는데, 재밌는 건 이때 유실수도 꽤 많이 심었거든요? 이건 농촌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 같은데, 아파트이긴 하지만 전원 풍경을 조성하기 위해 단지 내에 감나무나 대추나무, 매실나무 같은 걸 많이 심었어요. 지금도 구축 아파트 단지를 살펴보면 그때 심은 유실수가 꽤 많이 남아있기도 하고요.

흥미롭네요. 그런데 은행나무는 왜 이렇게 많은 거예요? 대표 3개 수종중에서도 유독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렇죠?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꽤 보여요. 일본도 그렇고요. 그런데 유럽이나 미국에 가면 은행나무 가로수가 보이나요? 그렇지 않죠. 거의 없을 거예요. 유독 동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에서 많이 보이는데 왜 그럴까요?

그러게요. 특정 지역에서만 자라는 수종은 아닐 것 같고. 이건 문화적인 이유가 가장 커요. 유교 문화에서 은행나무는 굉장히 귀한 상징성을 갖고 있거든요. 떠올려보면 절이나 향교, 또는 문화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공간엔 늘 은행나무가 있죠. 관리, 보존도 잘 돼서 무려 수백년된 은행나무가 여전히 열매를 맺고 있고요. 우리나라에 은행나무가 많은 건 그런 유교 문화의 영향을 오랫동안, 또 깊이 받아와서 그래요. 세종대로에 은행나무가 길게 늘어선 것도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 앞으로 나무를 열식하면서 조성됐어요. 여기엔 유교적 상징도 있고, 권위적인 상징성도 있는 거죠. 흥미로운 경우는 또 있어요.

어떤 걸까요. 이팝나무도 가로수로 많이 보이죠. 이 이팝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쓰이게 된 결정적인 시기가 있었어요. 바로 청계천 복원 사업 때요. 당시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 복원 사업을 하면서 이팝나무를 천변의 가로수로 선택했는데, 이후 전국적으로 이팝나무가 빠르게 쓰이기 시작했어요.

이팝나무를 가로수로 선택한 이유는요? 상징적인 이유가 크다고 봐야겠죠. 청계천 복원이 국가적인 시책 사업이었고, 여기에는 치적으로서의 의미도 필요했을 거예요. 복원이지만 도시 환경에서 새로운 이미지도 필요했을 테고요. 물론 이팝나무가 크게 자라지 않고 병충해도 적어서 관리자, 그러니까 지자체 입장에서도 좋은 선택지이기도 했을 거예요. 유지 관리 비용 면에서 훌륭한 수종인 셈이니까요.

최근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가로수에 요구되는 역할도 넓어진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기후 위기 시대가 되면서 도시는 더 뜨거워지고 있고, 전에 없던 홍수 피해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죠. 맞아요. 그런 부분에서 보면 요즘 가로수에 요구되는 가장 큰역할은 아무래도 폭염 완화 기능이 첫 번째겠죠. 나무 그늘이 시원하다는 건 모두 알고 계실 거예요. 그런데 왜 시원한지를 아는 분은 드물어요. 빌딩이 만들어낸 그늘도 있는데 이보다 나무 그늘이 더 시원한 이유, 뭘까요?

건물도 뜨거우니까? 건물도 발열체의 한 부분이니까 그것도 맞아요. 그런데 근본적인 원인은 나무가 생명이라서 그래요. 나무는 수분을 가지고 있고, 그 수분을 내뿜기 때문에 시원한 거죠. 나무는 광합성을 해요. 그 과정에서 산소와 물이 나오고. 나무의 이런 ‘수분 증산 작용’ 덕분에 나무 그늘이 콘크리트가 만들어낸 그늘보다 더 시원한 거예요.

폭염을 완화시키는 기능 외에 더 많은 환경적 역할도 이미 거뜬히 수행하고 있고요. 대표적인 게 도시 홍수 예방이에요. 분명 도움이 되고 있죠.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면적이 아쉽긴 하지만, 나무는 열심히 빗물을 흡수해요. 도시에 가로수가 많을수록 빗물은 1차적으로 차단되고, 땅이 다시 이 빗물을 흡수하고 보유하면서 도시 홍수가 효과적으로 예방되는 거죠. 이 밖에도 가로수는 대기 오염 정화와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역할, 차도의 비산 먼지나 대기 중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차단하는 기능 등 환경적으로 많은 일을 해주고 있어요. 더 살펴보면 도로 교통 안전 측면에서도 완충 역할도 있죠.

이렇게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한편으론 이 가로수들이 심겨져 있는 환경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굉장히 척박하죠. 눈으로 보더라도 뿌리가 뻗을 수 있는 공간이 기형적으로 좁아요. 공간이 제한적이니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토양 양분과 수분도 부족하죠. 거기에 위로는 전선에 걸리기도 하고, 옆으로는 건물과 간판에 가로막히기도 하고요. 묵묵히 서서 제 역할을 해내는 고마운 존재인 것에 비해, 인간이 가로수에 주는 도움은 정말 없어요. 피해라도 안 주면 다행일 정도로요.

인간이 가로수에 끼치는 피해들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게 겨울철 제설제요. 도로에 도포된 제설제가 가로수에 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제설 작업의 일환으로 제설제가 섞인 눈들을 가로수에 쌓아두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나무엔 독이에요. 제설제의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성분이 나무의 수분을 빼앗아가거든요. 나무들은 겨울에 충분한 수분을 저장하고 있어야 하는데 제설제 영향으로 삼투압 작용이 되면서 수분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거죠. 이런 이유로 봄철에 말라죽는 가로수가 꽤 많아요. 비슷한 예로 횟집 근처에 있는 가로수도 피해 사례가 많아요. 횟집 수족관 물을 가로수나 그 주변에 버리면서 나무가 병들게 되는 거죠.

과도한 가지치기도 당연히 안 좋겠죠? 그럼요. 대표적인 ‘강전정’ 사례죠. 오죽하면 ‘닭발 가로수’라는 오명까지 생겼을까요. 이건 과도하다 못해 몰지각한 행위예요. 나무 입장에선 난도질을 당한 거고요. 이렇게 강전정을 당하면 나무는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나무는 줄기에서 잎을 틔워 광합성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줄기를 틔워야 하는 가지들이 전부 사라졌으니,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이 강전정 방법이 인간, 넓게는 관리자, 지자체 입장에선 가장 수월한 가로수 관리법이자 또 각종 민원 거리를 한 방에 줄일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이겠지만, 이로 인해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에는 나무의 25퍼센트 이상을 자르면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판단해 제재하는데, 우리나라는 80퍼센트 이상을 툭툭 잘라내니, 안타깝죠.

그럼에도 가로수는 봄에 잎을 틔우고요. 살고자 하는 한 생명의 의지죠. 그럼에도 잎을 틔우는 가로수를 보고 저렇게 전지해도 멀쩡하구나, 괜찮구나,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치고 병들어가면서도 악착같이 버티려고 하는 한 생명의 몸부림을 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다행인건 산림청이 2024년에 기준을 강화했어요. 줄기 직경 10센티미터 이상은 자르지 않고, 원 줄기의 1, 2차 가지는 자르지 않는 걸 기준으로 세웠죠. 혹전지가 불가피할 경우엔 전문가 진단과 사후 회복 계획도 만들도록 했고요.아쉬운 건 이 기준이 강제 규정이 아니라는 거죠. 시행하라고 권고만 할 뿐이에요.

제도적 방법 말고도 어떤 장치가 마련된다면 좋겠네요. 가장 효과적이고 기댈 수 있는 방법은 시민의 관심이에요. 가로수도 생명체로서 안전하게 뿌리내리고 생존할 권리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현재는 시설물로 취급되고 있죠. 앞으론 동물보호법처럼 법적지위를 갖게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울환경연합에서 추진 중인 대표적인 일 중엔 도심 가로수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트리맵’도 있어요. 뉴욕에는 이미 이 ‘트리맵’이 운영 중이고요. 지금 개발 중인 베타 버전이 내년 초에 오픈되면, 2년간 기록 나무 3만 그루를 목표로 움직일 생각입니다.

EXPERT

∙ 최진우 박사
∙ 울시립대학교 조경학 박사
∙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 가로수시민연대 대표
∙ <숲이라는 세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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